현대 도시가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현대 사회에 필요한 주거·사무·상업·문화·여가 시설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을 조화롭게 엮어 활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아가 어떻게 하면 유동하는 현대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의 거점을 조성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앞에 두고, 우리와 비슷한 문화와 환경을 지녔으면서도 앞선 도시 개발 정책을 펼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테다.
파주도시관광공사(아래 공사)는 일본으로 국외연수를 다녀와 두툼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반환 미군기지 활용, 역세권 복합개발, 도로와 철도의 입체개발 사례를 견학했다. 마침 그 내용이 파주가 경쟁력을 갖춘 현대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데에 시사점이 있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공사가 작성한 ‘미군 반환부지 활용 및 역세권 복합개발 사례 견학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살펴보자.
일본은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도시 내 성장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교통 거점(역세권)의 입체개발·복합개발에 힘썼다. 이를테면, 철도역 공간을 입체화해 지하에는 복합환승센터를 결합하고, 위에는 자유분방한 건축 공간을 구현하며, 주거 시설·업무 시설·상업 시설·문화 시설을 비롯해 광장·공원·거리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복합개발·입체개발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 마련해
실제로, 쇠퇴해 가던 롯본기 지역을 다시 살린 ‘롯폰기 힐스’의 사례가 유명하다. 이곳은 1986년에 재개발 유도 지구로 지정되고, 1995년에 재개발사업 도시계획이 결정되었으며, 2000년에 착공해, 2003년에 준공하여 개장했다.
주요 시설로는 롯폰기 힐스의 상징적인 존재인 모리 타워가 있다. 초고층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무 공간과 모리미술관, 전망대 등이 있다. 주거 공간으로는 롯폰기 힐스 레지던스가 있다. 문화·예술 시설은 모리 아크센터 갤러리, 롯폰기 아카데미 힐스, TOHO 시네마 롯폰기 힐스 등이 있다. 이벤트 공간으로는 롯폰기 힐스 아레나와 롯폰기 아카데미 힐스가 있으며, 호텔은 그랜드 하야트 도쿄와 롯폰기 힐스 스파가 있다.
이렇듯 교통 거점을 배후로 주거, 사무, 상업, 문화 시설이 압축되어 들어서 있다. 즉 ‘교통 거점에 다양한 도시기반시설을 밀집’시켰다. 뿐만 아니다. 중앙공원을 비롯해 시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확보했다. 따라서 ‘다양한 도시 기능의 조화로운 공존과 시너지 생성’이 가능한 조건이 마련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정 주목할 점은 관리·운영 방식이다! 각 건물의 대표자로 구성된 롯폰기힐스 협의회를 설립해 지구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롯폰기힐스 협의회는 지구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운영자로서 관리 업무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이미지 향상을 위한 프로모션 활동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전개한다. 즉 ‘통합 관리와 운영으로 차별화된 장소성을 형성’한다. 덕분에 롯폰기 힐스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로 활기찬 공간을 만들어 역세권 전체를 활성화한다.
밀집을 통한 다양성 확보, 열린 공간 통한 시너지 생성,
그리고 통합 관리·운영으로 차별화된 장소성 부여
이렇듯 롯폰기 힐스는 기존의 주거 위주의 개발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시 개발 방식을 시도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즉 롯폰기역을 배후로, 주거·사무·상업·문화 등 각종 시설을 밀집하고 혼합해, 국제성과 문화성이 풍부하며 활력 넘치는 도시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참고로, 롯폰기 힐스에는 J-WAVE, 야후 재팬, 라이브도어, 라쿠텐, 골드만삭스, 리만 브러더스 홀딩스 등의 대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롯폰기 힐스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역세권 복합개발의 사례로 도라노몬 힐스, 아자부다이 힐스, 미드타운 야에스, 마나토 미라이21 등을 돌아본다. 도로와 철도의 입체개발 사례로는 오사카 게이트타워, 도쿄 도라노몬 힐스, 니시긴자 주차장, 요코하마 코가네초의 사례를 살펴본다.
보고서는 이들 복합개발·입체개발 사례에 대한 종합 분석도 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차별화를 위한 사업 전략 수립 필요, 도시 기능 축약을 통한 활력 부여, 공공에서 민간의 활력 적극 활용, 임대 및 관리를 통한 지속적 수익 창출, 입체 개발과 기능적 복합, 개발의 유연성과 다각화 등으로 종합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외연수 보고서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해외 선진 사례 견학이 공사의 도시 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둘째, 일본의 역세권 복합개발·입체개발이 현대 도시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마련하는 데 반드시 검토해야 할 좋은 사례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셋째, 파주시 개발에 참조할 수도 있는 유용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공사의 국외연수 보고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참고로, 파주도시관광공사는 “지역개발과 시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파주도시관광공사 설립 및 운영 조례 1조). 이를 위해 토지개발, 도시개발사업, 산업단지 조성 및 관리, 도로·도시철도 등 교통 관련 시설의 건설 및 유지 관리 등의 사업을 수행한다(같은 조례 21조). 이번 국외연수에는 최승원 사장을 비롯해 도시관광개발본부 김창형 본부장 등 총 4명이 2023년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