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탓하는 파주 정치의 ‘돼지 안목’
시민들이 보고 있는 것은 당신들의 ‘손가락’이 아니라, 당신들이 가리키는 ‘파주의 미래’
6.3 지방선거의 시계추가 빨라지면서 파주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후보들의 발걸음은 분주해졌으나, 정작 정책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할 공론장은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날 선 공방과 음해성 마타도어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최근 김경일 파주시장의 이른바 ‘호남 비하 발언’ 논란을 소비하는 정치권의 방식은 파주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시민들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규제 혁파’에 있다. 김 시장이 파주의 숙원 사업인 ‘대규모 멀티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며, 수도권 접경지역이 겪는 중첩 규제와 ‘절대농지’ 해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비유가 발단이었다. 파주가 처한 지정학적 불이익을 극복하자는 것이 발언의 ‘달(본질)’이었다면, 특정 지역을 언급한 비유는 ‘손가락(표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만을 문제 삼고 있다. 정책적 맥락은 거두절미한 채, ‘호남은 농사나 지으라는 거냐’는 식의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워 지역 갈등을 부추긴다. 18만 호남 향우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표심을 흔들어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다. 이는 합리적 비판 대신 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전형적인 구태 정치이자 ‘갈라치기’ 수법이다.
신체 구조상 돼지는 고개를 15도 이상 들 수 없어 제 힘으로는 결코 하늘을 쳐다볼 수 없다고 한다. 목 근육이 짧고 단단해 정면 위쪽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돼지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넘어지는 것'뿐이다. 지금 파주 정치권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발언의 맥락과 파주의 미래라는 '하늘'을 보려 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흙바닥만 뒤지며 상대의 실언이라는 '먹잇감'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당내 경선을 앞두고 내부의 이반을 부추기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성명서를 내세워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는 안목이 좁아도 너무 좁다. 지역 국회의원과 중진 정치인들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방관하거나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시민에 대한 기만이자 정치적 리더십의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 스스로 넘어지는 시련을 겪고서야 뒤늦게 하늘을 보려 하는가.
정치권은 파주 시민의 눈높이를 우습게 보지 말아야 한다. 파주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이 함께 일궈온 도시다. 시민들은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억지스러운 비방과 지엽적인 논쟁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SNS를 통해 아무리 비난을 퍼 나른들 시민들의 반응이 냉담한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지금 파주에 필요한 것은 생산적인 ‘큰 정치’다. 접경지역의 구조적 규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청사진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논의해야 할 시기에 실언 하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소모적 정쟁은 멈춰야 한다. 지역 언론 역시 사실의 편린만을 부각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스피커’ 역할에서 벗어나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정론직필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서로의 흠집을 파헤치는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파주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그리는 축제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정치 지망생들과 기성 정치권은 기억하라. 시민들이 보고 있는 것은 당신들의 ‘손가락’이 아니라, 당신들이 가리키는 ‘파주의 미래’다.